Perspektive: Design asks not what it should look like, but why it should exist.

At DankeLab, we view design not merely as visual execution, but as a structure of thought. A question is not just a beginning—it is a system that organizes thinking and shapes the trajectory of design. What we create always emerges from why it must be created. The deeper the question, the stronger the structure. This is where we begin: with the architecture of inquiry.


1. 질문은 디자인 사고의 구조를 설계하는 도구입니다.

디자인은 오랫동안 ‘형태를 만드는 기술(form-giving)’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조형 언어(formal language), 재료 감각(material sensitivity), 구성 능력(compositional skill) 등은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으로 여겨져 왔고, 디자인의 성과는 시각적 완결성과 물리적 결과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디자인의 역할은 전통적인 ‘산출 중심(output-driven)’ 사고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 구조를 재구성하는 ‘인식적 실천(cognitive practice)’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다루는 문제는 이제 단순한 형태의 창조나 기능적 개선을 넘어, 복잡계 시스템, 사회문화적 가치, 인간 행동의 메커니즘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다층적 구조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자인은 더 이상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의 기술이 아닌, ‘문제 정의(problem-framing)’의 철학적·전략적 행위로 새롭게 자리매김되고 있습니다.

리처드 뷰캐넌(Richard Buchanan)은 이러한 전환을 “wicked problems”, 즉 정의 불가능하고, 해답이 고정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재맥락화되는 복잡한 문제군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디자이너는 이처럼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조건 속에서,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구성하는 행위, 즉 프레임을 설정하고 재구조화하는 설계적 사유를 요구받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Question)’은 단순한 탐색의 출발점이 아니라, 사고의 순서와 구조를 형성하는 메타 인지적 장치(meta-cognitive device)로 기능합니다. 질문은 개념의 흐름을 통제하고, 선택과 배제를 유도하며, 디자이너의 관점을 전략적으로 조율하는 프레임워크로 작동합니다. 다시 말해 질문은 사고의 콘텐츠가 아니라, 사고의 형식과 체계를 조직하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무인양품(MUJI)의 공간 디자인은 이러한 질문 기반 사고의 실천적 구현 사례로 주목할 만합니다. MUJI의 공간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라”는 단순한 미니멀리즘의 원칙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어떤 감각적 리듬과 생활 구조를 제안할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매장의 동선, 조명, 재료, 소리, 인터페이스 등은 모두 이 질문에 대한 공간적 응답(spatial response)으로 설계되며, 이는 조형적 형식이 아닌 사유 구조의 시각적 번역이라는 점에서 디자인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보여줍니다.

디자이너 하라 켄야(Hara Kenya)는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MUJI는 물건이 아닌 삶의 방식을 디자인한다.
질문 없이 시작된 디자인은 의미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질문은 단순한 사고의 촉매가 아닙니다. 질문은 디자이너의 인식 구조를 구성하고, 문제의 구조를 시각화하며, 수행될 행동(action)과 선택될 형식(form)의 논리를 설계합니다. 다시 말해, 질문이 없다면, 디자인은 논리적 연쇄를 상실하고 직관에 의존하는 산발적 시도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실천에서 ‘왜’라는 질문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무엇’과 ‘어떻게’라는 질문은 구조적 토대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는 기능적 목적이 불투명하거나, 사용자 경험이 일관성을 갖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질문은 디자인 사고의 위계, 질서, 방향성을 조직하는 가장 원형적인 도구이자, 디자이너로 하여금 형태 이전에 사유를 설계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디자인을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의 생산이 아닌, 문화적 · 사회적 지형 속에서 작동하는 사고의 구조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질문은 결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중심에 위치해야 할 개념입니다.

2. 질문은 사고를 구조화하는 도구입니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고를 정렬하고, 개념을 질서화하며, 불확실한 세계를 인식 가능한 구조로 조직하는 인지적 도구(cognitive tool)입니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질문은 존재를 여는 길이다.
Das Fragen ist der Weg zur Wahrheit des Seins”

하이데거에게 질문은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며, 사유의 출발점이자 모든 형상의 전제 조건입니다. 이는 디자인의 맥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디자이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묻기 이전에,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질문함으로써 사유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질문 없는 사고는 목표를 상실하게 되며, 그 결과 기술적 반복이나 미적 습관에 의존한 선택들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반대로, 질문은 혼란을 질서화하고, 사고의 흐름에 위계와 구조를 부여하는 설계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Ask

디자인 방법론 연구자 나이젤 크로스(Nigel Cross)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단순한 창의성의 도구로 축소하여 이해하는 관점을 비판하며,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은 단순한 창의성 기법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구조를 인식함으로써 일관된 설계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크로스는 질문을 ‘메타도구(meta-tool)’로 규정합니다. 이는 질문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를 선택하게 만드는 상위 인지 구조, 즉 사고의 프레임이라는 의미입니다. 메타도구로서의 질문은 문제의 경계(boundary), 의미(meaning), 맥락(context)을 자율적으로 정의하게 하며, 디자이너는 그 위에 논리와 형태, 감각과 구조를 층위적으로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질문은 단순한 정보 탐색 행위나 컨셉 정의 초기 단계의 절차가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복합적 인식 행위 전체를 가능하게 만드는 선결 조건입니다. 사고는 본래 무정형적(unstructured)이지만, 질문은 그 사고에 구조적 조건을 부여하며, 이 조건 위에서만 디자인은 의도, 전략, 결과로 이어지는 논리적 정합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Annie Spratt

브랜드 Aesop은 이러한 질문 중심 사고를 공간 디자인의 전략으로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브랜드는 매장 설계에 앞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브랜드이면서, 왜 매장마다 다른가?”
“이 장소가 가진 고유한 감각은 무엇인가?”
“이곳의 사용자는 어떤 감각적 경험을 잃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공간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할 감각적 경험과 철학적 방향을 정의하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Aesop은 매장마다 지역의 문화적 맥락과 장소의 물리적 특성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합니다. 동시에 ‘질감(texture)’, ‘흐름(flow)’, ‘침묵(silence)’, ‘조도(light level)’와 같은 공통된 감각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 기준을 유지하며,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설계는 Snøhetta와 같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실현되고 있으며, 지역성과 브랜드 철학이 함께 작동하는 공간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Aesop의 매장은 감각적으로 인상적인 공간임과 동시에, 질문으로부터 구조화된 사고가 물리적 환경으로 전환된 사례입니다. 이는 디자인 이론가 나이젤 크로스(Nigel Cross)가 ‘Designerly Ways of Knowing, 2006’에서 제시한 “질문을 통한 설계 논리 구축” 개념과도 맞닿아 있으며, 설계 접근은 이를 실천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더 이상 단순한 형태의 생성이나 미적 표현을 넘어, 인지 구조를 설계하고 사유의 형식을 시각화하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구조적 흐름은 결국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질문은 생각을 구조화하고, 구조는 경험을 설계하며, 경험은 의미를 생성합니다. 그렇기에 질문은 디자인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형이자,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3. 질문은 태도이며 윤리입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특정한 상황에 대한 개입이며, 그 개입은 필연적으로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수반합니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히 탐색이나 방향 설정의 도구를 넘어서, 설계자가 어떤 윤리적 감수성과 판단 구조를 가지고 세계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태도적 실천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디자이너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는, 그가 어떤 대상을 인식하고 있으며, 동시에 무엇을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디자인 윤리학자 카메론 통킨와이즈(Cameron Tonkinwise)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질문은 도덕적 전제가 아니라, 도덕적 감각을 만든다.
질문 없는 디자인은 목적 없는 개입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디자인에서의 윤리는 규범적 도덕 기준의 적용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사유 방식과 존재론적 감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즉, 질문은 설계 행위가 책임 있는 개입으로 나아가기 위한 인지적, 구조적 조건이며, 이를 통해 디자인은 기술적 결과물이 아닌 관계적 실천으로 확장됩니다.

실제로, 윤리적 감각은 종종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는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이 디자인은 누구를 중심에 두고 있는가?”, “누구의 감각이 생략되었는가?”, “이 개입이 만드는 구조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디자인이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있던 사회적 맥락과 비가시적 사용자 경험층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Jonathan Kemper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은 모두를 위한 경험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신체적 제약이 있는 사용자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윤리적 전제 아래 Xbox Adaptive Controller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제품은 휠체어 사용자, 사지 마비 환자, 손의 움직임이 제한된 사용자를 위해 설계되었으며, 다양한 스위치 및 보조 장치를 외부 포트에 연결하여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Warfighter Engaged, AbleGamers 등 실제 장애인 게임 커뮤니티와의 공동 테스트를 통해 개선되었으며, UI/UX뿐 아니라 제품 패키징, 설정 환경, 가격 접근성까지 고려한 총체적 윤리 설계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벽을 없애는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히 기능 개선이 아니라, 디자인이 포용성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태도로 어떻게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이 과정에서 “질문”은 단지 리서치 수단이 아닌, 전략의 전제이자 가치 판단의 시작점으로 기능했습니다.

Julien Tondu

Gucci는 2023년, “시각장애인도 럭셔리 매장에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시각장애 및 저시력 고객의 매장 내 경험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접근성 강화 프로젝트를 도입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시각 보조 기술 전문 기업 Aira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고객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 시각 안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전송하면, 훈련된 Aira 에이전트가 제품의 위치, 색상, 디자인,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 서비스는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글로벌 매장에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Gucci는 이를 통해 접근성을 고급 소비 경험의 핵심 가치로 통합하려는 윤리적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고객이 Gucci 매장에서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례는 모두 질문이 어떻게 디자인의 초기 기획부터 실행 전반에 걸쳐 윤리적 구조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디자인은 더 이상 형태나 기능에 머무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실천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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